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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파주시, ‘DMZ OPEN 전시: 스테이징’ 공동 개최

2026-10-12 15:18 | 입력 : GP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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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2일부터 11월 29일까지


경기도와 파주시는 ‘DMZ OPEN 페스티벌’의 하나로 10월 12일부터 11월 29일까지 파주 DMZ 일대에서 현대미술전시 《DMZ OPEN 전시: 스테이징》을 공동 개최한다.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14명의 작품 총 26점이 민통선 내 캠프그리브스 일대(카페그리브스, 스튜디오BEQ, 갤러리그리브스, 다큐멘타 2관)와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전시된다.
전시 제목인 ‘스테이징(Staging)’은 프랑스의 과학기술학자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의 개념에서 빌려왔다. ‘스테이징’은 흔히 ‘무대 연출’로 번역되지만, 어떤 존재와 사실이 특정한 조건과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과정을 뜻하기도 한다. 라투르는 파스퇴르의 발효균 연구를 예로 들며, 미생물이 실험실과 관찰 장치, 연구자, 기록 방식이라는 관계망 속에서 비로소 인식 가능한 존재가 되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분단과 전쟁의 시간이 중첩되고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힌 DMZ를 하나의 무대로 전환해, 그 안에서 공존해 온 다양한 존재와 조건을 드러내 보자는 기획의도를 담았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선정(아트선재센터 예술감독) 큐레이터는 “《DMZ OPEN 전시: 스테이징》은 DMZ를 단순히 작품을 보여주는 공간이 아니라, 인간과 비인간, 사물과 환경, 역사와 현재가 서로 관계를 맺고 드러나는 하나의 무대로 전환하려는 시도”라며 “DMZ를 분단과 갈등의 상징을 넘어 수많은 존재가 서로를 마주하고 관계를 맺는 동적인 장소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전시 의의를 밝혔다.
전시에서는 1997년 첫 개인전 작품을 재제작한 박찬경의 〈블랙박스: 냉전 이미지의 기억〉, 한국전쟁 이후 DMZ에 파견된 스위스 중립국감독위원회 장교들이 1953년부터 1980년까지 남긴 기록으로 ‘중립’의 시선을 되짚는 데니스 베르치(Denise Bertschi)의 〈스테이트 픽션. 겉으로만 중립적인〉, 미국 영화·방송 산업과 미군의 관계를 8년간 추적한 애비게일 라파엘 콜린스(Abigail Raphael Collins)의 실험 다큐멘터리 〈블랙아웃〉이 전시된다.
또 전쟁과 분단의 시간이 개인의 삶에 남긴 흔적을 살피는 작업을 선보인다. 미국 42개 주를 횡단하며 참전용사와 그 가족의 삶을 기록한 윤수연의 〈홈커밍〉 연작, 한국의 젊은 군인 초상으로 분단 체제의 역설을 드러내는 오형근의 〈부조리 극〉 연작, 일제강점기와 냉전을 겪은 외할머니의 뇌파를 3D 프린팅 백자로 옮긴 정가희의 〈할머니/가보〉, 북한 선전화의 형식을 빌려 남북 청소년이 함께 어울리는 풍경을 그린 선무의 〈봄놀이〉가 그것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된 신작들도 다수 공개된다. 자닌 랜더슨(Janine Randerson)은 소설가 이현, 사운드 아티스트 레이첼 시어러(Rachel Shearer)와 협업한 영상 〈비무장화하는 이끼〉에서 철원 민통선 안 벙커와 방공호, 초소 등 군사 시설을 덮으며 자라난 이끼의 시점으로 전쟁 이후에도 지속되는 생명과 시간을 상상한다. 안규철은 다리·등받이·좌판이 제거된 아홉 개의 의자로 부재와 정전(停戰)의 긴장을 돌아본다. 이예은은 통일촌(백연리) 주민들이 내어준 일상의 물건을 쌓아 올린 탑을 사진으로 기록하며, 이요나는 신호등·가로등 등 이동을 상징하는 사물을 닫힌 스테인리스 구조 안에 배치한 〈대기실〉로 분단으로 단절된 이동의 현실을 드러낸다.
이와 함께 아브라함 크루즈비예가스(Abraham Cruzvillegas)는 DMZ를 오가는 여정에서 수집한 인쇄물을 UN을 상징하는 푸른색으로 덮어 뒤집어 건 대형 벽면 작업을, 연진영은 군대 화장실을 배경으로 ‘룩스맥싱(looksmaxxing. 외모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행위)’ 문화와 군대가 만들어내는 남성성을 다룬 설치 작업을, 최진욱은 2024년 겨울 이후의 광장과 임진각 망배단 앞 관람객의 뒷모습 등 DMZ와 동시대를 둘러싼 풍경을 담은 회화 신작을 선보인다.
전시와 더불어 진행되는 연계 프로그램 ‘전시플러스’에서는 경기도 DMZ 일원에 서식하거나 도래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삵, 수달, 두루미를 소개하는 《DMZ의 작은 주민들》, 초등학생 아이들과 함께 전시 참여 작가 이예은의 작품을 재해석하는 《마음이 모여 터를 잡아요》 등이 관람객과 함께하는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선을 열어 삶을 잇다(Open the Line, Connect the Life)’를 주제로 DMZ의 가치를 확산하는 DMZ OPEN 페스티벌은 10월부터 11월 말까지 파주·고양 등 DMZ 일원에서 이어진다. 《DMZ OPEN 전시: 스테이징》을 비롯해 평화의 메시지를 음악으로 전하는 DMZ OPEN 국제음악제, 생태와 평화를 논의하는 DMZ OPEN 에코피스포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박현석 평화협력국장은 “DMZ는 지난 70년간 서로를 겨눈 총칼과 철책의 냉혹함 속에서, 지구상 가장 때 묻지 않은 생태계가 숨을 쉬며 인류 전체의 위대한 자산으로 자라났다”며 “분단이 막아선 자리에 문화와 예술, 그리고 연대의 힘을 채우겠다”고 밝혔다.
손배찬 파주시장은 “예술은 보이지 않던 것을 보게 하고, 익숙했던 공간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며 “파주의 역사적 공간인 캠프그리브스와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펼쳐질 이번 전시를 통해 DMZ에 새겨진 역사와 생명의 흔적을 돌아보고, 평화와 공존의 가능성을 함께 상상해 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만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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