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검(勤儉)에 관하여
  • 시인 공석진


  • 우리나라 현대사 인물 중 근면 검소한 인물을 뽑자면 단연코 박정희와 정주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정주영 회장은 현대그룹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켜 놓고도 이면지를 활용하지 않고 버리는 말단 직원에게 호통을 쳤다고 할 정도였다. 그런 그도 직원의 복지나 사회적 약자를 위한 봉사금에는 큰돈을 아끼지 않았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은 정주영 회장의 인생 지론인 것이다.

    가난 해방의 성공 리더십을 완성한 박정희 대통령은 소식(小食)을 하기로 유명했으며, 그가 음식을 남기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당시 비대한 체구의 북한 김일성에 비해 보기 안쓰러울 만큼 깡마른 그의 모습은 대조적이었다. 국민들은 허구헌날 배를 곯는 상황에서 정작 자신이 기름지게 먹는 일을 죄악으로 생각한 것이다. 당시 대조적인 남북 두 지도자의 모습은 모두가 평등하게 잘 사는 게 목표라는 사회주의 국가 북한의 결정적인 모순의 확실한 증거이기도 했다.

    '명품 마케팅'이란 기업의 전략이 있다. 브랜드의 고급 이미지를 위해 희소성과 상징성을 강조하는 마케팅 기법인데 명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과시욕과 사회적 지위 욕구를 자극하는데 촛점을 맞추고 있다.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과 사회적 지위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한정판'이라는 말도 희소성을 노린 고도의 전략인 셈이다.

    필자의 시 '쇼핑 중독'은 그 해악을 상징적으로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솜털이 보송보송한 신상 내음은 / 끊임없이 마비되어 버린 이성에 / 깃털로 날아 와 사뿐히 앉았다 / 그 후로 욕망은 겹겹이 퇴적되어 / 시간의 무게만큼 더욱 단단해져 / 해탈한 망각의 덫으로 빠져들고 / 완전히 주저앉아 무너질 때까지 / 화수분처럼 재물을 쏟아내었다 / 습관이 되어 버린 완고한 중독은 / 뒤집힌 거북이 마냥 발버둥 치고 / 끝내 버리지 못하는 무스탕처럼 / 별난 집념에 검게 곰팡이 피었다'.

    명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일수록 자기 본모습은 감추고 겉치레에 능한 사람들이다. 또한 관심이나 주목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명품의 가치를 자신의 가치나 시회적 지위와 동일시하는 것이다. 그들은 명품이 일반 제품보다 품질이 뛰어나다고 주장하지만 통계에 의하면 일반 제품보다 끝마무리에서 우수할 뿐 전체 완성도는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 사용 목적에서도 10%만 기능적이라는 분석이고, 나머지 90%는 과시용으로 활용하는데 명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저의가 숨어 있다.

    '베블런(Veblen) 효과'는 비싸기 때문에 더 원하게 되는 이상한 심리 상황에 빠지게 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재테크의 일환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과시 욕구로 인한 것으로 가성비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는 소비 심리라고 말할 수 있다. 소비 사회(Consumer Society)는 불필요한 과대한 과장이나 확장으로 인한 경제적 정체를 경계한다. 경제의 원활한 유통은 소비와 공급의 원칙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다는데 있다. 과소비하지 않지만 자연스런 필수 불가결한 소비에 촛점을 맞추고 있는데 한 번 구입하면 끝까지 보유하는 명품 지상주의는 사실은 기본적 경제 흐름에 반하는 것이다.

    '사랑에 대하여 / 아무리 영유권을 주장해도 인정하지 않으면 / 한 짝을 분실하고 남겨진 쓸모없는 명품 장갑 같은 것 /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이 아무리 좋아도 / 이면지에 쓴 메모처럼 / 언제 잊어버질지 모르는 바람 같은 것 / 진심이 무산되지 않도록 결연히 인연을 맺을 것 / 산다는 것이 / 세상에 쓰레기를 보태는 처참한 일이 되지 않도록 / 사랑을 무기로 필사적으로 저항할 것'. 필자의 시 '필사적으로 저항할 것'이라는 시다. 우리가 필사적으로 저항하며 지켜 내야 할 것은 사랑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은 소비와 생산이라는 정상적인 경제의 흐름과는 상관없이 한 짝을 분실하면 나머지 한 짝도 가차없이 쓰레기통에 버려질 고가의 명품 장갑 같은 허세가 아니라 앞에서 언급한 대한민국 최고의 부자임에도 절약 정신을 몸으로 실천한 정주영 회장이나 극심한 가난에서 오늘날 경제적 풍요의 토대를 마련한 박정희 대통령의 근면 검소의 정신인 것이다.

  • 글쓴날 : [26-02-25 11:34]
    • GPN 기자[2999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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