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깨끗해지니 손님 늘었다”
  • 경동·청량리 시장 상인들이 말하는 신천지 자원봉사단 3년째 이어진 거리 봉사의 힘
  • 행정 공백을 메운 ‘생활형 봉사’의 현장

    신천지 자원봉사단 동대문지부 봉사자 1826명 참여·쓰레기 8927L 수거로 전통시장과 지역 상생

     

    난 해 12월 7일 신천지자원봉사단 동대문지부가 경동시장 일대 환경정화를 마친 후 기념촬영
    경동시장 일대 환경정화를 마친 후 기념촬영
    전통시장의 경쟁력은 ‘사람’과 ‘환경’에서 시작된다. 손님이 발길을 멈추고, 상인이 웃으며 인사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까지는 보이지 않는 노력이 쌓인다. 서울 동대문구 경동·청량리 시장 일대에서 3년째 이어지고 있는 한 봉사활동이 그 변화를 이끌고 있다. 매주 일요일, 시장 골목을 묵묵히 쓸고 닦는 이들이 있다. 신천지 자원봉사단 동대문지부(지부장 유영주‧이하 동대문지부)다.

     

    ◆ ‘주말마다 계속’…3년째 이어진 거리 정화

    동대문지부의 시장 환경정화는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다. 2023년부터 현재까지 매주 일요일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이어진 정기 봉사다. 전통시장이 밀집한 지역 특성상 유동인구가 많고, 특히 주말과 장보기 시간대에는 쓰레기 배출량이 급증한다는 상인들의 목소리가 출발점이었다.

    동대문지부는 시장 상인회와의 소통을 통해 ‘필요한 봉사’를 찾았고, 그 해답으로 거리청소를 선택했다. 이후 봉사는 일상이 됐다. 그 결과 3년간 봉사에 참여한 인원은 1826명, 수거된 쓰레기양은 8927리터에 달한다. 수치보다 의미 있는 것은 ‘지속성’이다.

    청량리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해온 박희순(63·가명‧여) 씨는 “예전에는 주말만 되면 골목이 지저분해 손님들이 금방 발길을 돌리곤 했다”며 “요즘은 매주 청소가 되니 시장이 눈에 띄게 깨끗해졌고, 상인들도 자연스레 환경에 더 신경 쓰게 된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단순히 거리가 깨끗해진 것 이상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시장 이미지가 개선되면서 손님 체류 시간이 늘고 ‘다시 오고 싶은 시장’이라는 인식이 생겼다는 평가다. 일부 상인들은 봉사자들에게 음료를 건네거나 먼저 인사를 건네며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한다.

     

    ◆ “힘들어도 뿌듯”…청년 봉사자의 시선

    동대문지부 봉사자들이 경동시장 일대에서 거리 청소 진행
    동대문지부 봉사자들이 경동시장 일대에서 거리 청소 진행
    봉사 현장에는 다양한 연령대가 참여하지만, 특히 청년 봉사자들의 발걸음이 눈에 띈다. 청량리동에 거주하는 박찬우(20·가명‧남) 씨는 “생각보다 쓰레기도 많고 손이 많이 가 처음엔 힘들었다”며 “그런데 상인분들이 고맙다고 인사해 주시니 오히려 에너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뉴스에서만 보던 ‘지역 봉사’가 아니라, 실제로 동네에 도움이 된다는 걸 체감했다”며 “앞으로도 시간이 되면 계속 참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봉사가 일회성 체험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고 있는 셈이다.

    동대문지부는 코로나19 이후 침체된 지역 상권 회복을 목표로 다양한 상생 프로그램을 전개해 왔다. 장보기 행사, 상인 초청잔치, 환경정화 활동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거리 청소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효과가 큰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동대문지부 관계자는 “처음에는 조용히 시작했지만, 3년 이상 꾸준히 하다 보니 이제는 상인들이 먼저 봉사자들을 알아보고 반겨준다”며 “그 반응이 봉사를 이어가는 가장 큰 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 ‘보여주기식’ 아닌 생활형 봉사

    청량리종합시장 일대에서 거리 청소 진행
    청량리종합시장 일대에서 거리 청소 진행
    상인들은 이러한 봉사의 의미를 ‘생활 밀착형 공공 기여’로 평가한다. 대규모 행사나 일회성 기부보다, 지역 주민의 일상과 맞닿은 활동이 신뢰를 쌓고 공동체 회복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동·청량리 시장의 환경 변화는 눈에 띄는 성과를 낳고 있다. 깨끗해진 거리, 정돈된 골목은 시장의 첫인상을 바꾸고, 이는 곧 상권 활성화로 이어진다. 행정의 손길이 미치기 어려운 영역을 시민 봉사가 메우는 구조다.

    동대문지부는 앞으로 더 많은 시민이 함께할 수 있는 ‘열린 봉사 프로그램’으로 활동을 확대할 계획이다. 특정 단체에 국한되지 않고, 지역 주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문턱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동대문지부 관계자는 “봉사는 특별한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니라, 누구나 일상 속에서 할 수 있는 실천”이라며 “시장과 지역이 함께 웃을 수 있도록 작은 발걸음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3년째 이어진 빗자루질은 시장 골목만 깨끗하게 만든 것이 아니다. 상인과 시민, 봉사자가 서로 인사를 나누는 관계를 만들었다. 지역과 함께 호흡하는 이 작은 실천이 이어지는 한, 경동·청량리 시장의 변화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만희기자

  • 글쓴날 : [26-02-12 11:51]
    • GPN 기자[2999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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